제1절 약혼
제800조 (약혼의 자유)
성년에 달한 자는 자유로 약혼할 수 있다.
○ [1] 일반적으로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는 데 비하여,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2] 일반적으로 결혼식(또는 혼례식)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할 것을 전제로 한 남녀의 결합이 결혼으로서 사회적으로 공인되기 위하여 거치는 관습적인 의식이라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가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경우라면 단순히 장래에 결혼할 것을 약속한 정도인 약혼의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할 수 있으나, 이어 부부공동생활을 하기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다면 사실혼으로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나, 이와 같이 사실혼으로 완성되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통상의 경우라면 부부공동생활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또 그 단계에서의 남녀 간의 결합의 정도는 약혼 단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으로서 사실혼에 이른 남녀 간의 결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단계에서 일방 당사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파탄에 이른 경우라면 다른 당사자는 사실혼의 부당 파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정신적인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98므961)
○ 법률상의 혼인을 한 부부의 어느 한 쪽이 집을 나가 장기간 돌아오지 아니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부의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허여할 수는 없다.(96므530)(중혼적 사실혼의 해소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를 부정한 취지이다. 필자註)
제801조 (약혼연령)
만 18세가 된 사람은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 약혼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제808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개정 2007.12.21>
제802조 (금치산자의 약혼)
금치산자는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 약혼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제808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803조 (약혼의 강제이행금지)
약혼은 강제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제804조 (약혼해제의 사유)
당사자의 일방에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 <개정 1990.1.13>
1. 약혼후 자격정지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
2. 약혼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때
3. 성병, 불치의 정신병 기타 불치의 악질이 있는 때
4. 약혼후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
5. 약혼후 타인과 간음한 때
6. 약혼후 1년이상 그 생사가 불명한 때
7. 정당한 이유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하는 때
8.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 [1] 약혼은 혼인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예약이므로 당사자 일방은 자신의 학력, 경력 및 직업과 같은 혼인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할 신의성실의 원칙상의 의무가 있다. [2] 종전에 서로 알지 못하던 갑과 을이 중매를 통하여 불과 10일간의 교제를 거쳐 약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서로 상대방의 인품이나 능력에 대하여 충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학력이나 경력, 직업 등이 상대방에 대한 평가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인데 갑이 학력과 직장에서의 직종·직급 등을 속인 것이 약혼 후에 밝혀진 경우에는 갑의 말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혼인의 의사를 결정하였던 을의 입장에서 보면 갑의 이러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갑에 대한 믿음이 깨어져 갑과의 사이에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을 기대할 수 없어 갑과의 약혼을 유지하여 혼인을 하는 것이 사회생활관계상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04조 제8호 소정의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갑에 대한 약혼의 해제는 적법하다고 본 사례. [3] '[2]'항의 경우 약혼관계가 해소됨으로 인하여 을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갑은 을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2]'항의 경우 을로서도 갑의 학력이나 직급 등을 시간을 갖고 정확히 확인하여 보지 아니한 채 경솔히 약혼을 한 잘못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를 가리켜 을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약혼의 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갑에게 있는 이상 이러한 을의 잘못은 갑의 을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참작할 사정에 불과하다고 본 사례.(94므1676,1683)
제805조 (약혼해제의 방법)
약혼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해제의 원인있음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
제806조 (약혼해제와 손해배상청구권)
①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 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③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양도 또는 승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이미 그 배상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거나 소를 제기한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약혼이란 당사자간에 장래 혼인을 하기로 합의하는 계약을 말한다. 약혼시에 당사자간에 주고받는 예물은 일반적으로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라고 보는 견해가 판례(76므41)의 입장이다. 그런데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의 귀책사유로 약혼이 해소된 경우 당사자간에 예물반환청구권이 성립하는 것인지, 혼인한 이후에 혼인이 해소된 경우 약혼예물도 반환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다. 당사자 중 일방의 귀책사유로 약혼이 해소된 경우에 귀책사유가 없는 당사자가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귀책사유있는 당사자의 예물반환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민법은 유책당사자의 배상책임만을 규정하고 있어 손해배상의 문제로 해결하면 되므로 유책당사자라 하더라도 예물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와 예물은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이므로 혼인의 불성립이 확정되었다면 유책당사자는 그가 제공한 예물을 반환청구할 권리는 없다고 하는 견해가 있으며, 판례(76므41,76므42)는 부정설의 입장이다.(약혼의 예물이라는 것은 혼인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의 것이므로 일단 혼인이 불성립으로 확정되었다면 당사자의 귀책유무에 불구하고 일단 원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족법상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유책당사자도 예물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가지지만, 손해배상의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미 파탄된 약혼의 흔적을 서로 유지한다는 전제가 일반의 정서에도 맞지 않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 유책사유있는 일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쌍방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약혼이 해소된 경우에는 약혼예물에 대하여는 서로 반환의무가 있고, 그 밖의 문제는 손해배상의 범위결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註)
○ 약혼예물의 수수는 혼인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의 것이나 약혼의 해제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유책자로서는 그가 제공한 약혼예물을 적극적으로 반환청구할 권리가 없다.(76므41,76므42)
▷약혼 후 일단 혼인이 성립하였으나 일정기간이 지난 후 그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 유책배우자에게 약혼예물의 반환의무가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약혼 후 일단 혼인이 성립하였더라도 상당기간이 지나지 않아 그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 약혼예물의 반환의무가 있다는 견해와 약혼 후 일단 혼인이 성립하여 상당기간이 지난 후라면 비록 그 혼인이 해소된 원인이 유책배우자에게 있더라도 약혼예물의 반환의무는 없다는 견해, 혼인당초부터 혼인을 계속할 의사없이 형식적 혼인관계만 유지한 채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한 경우라면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불성립의 경우에 준하여 예물반환의무를 부담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반환의무가 없다고 보는 견해(제한설)이 있으며, 판례(96다5506)는 제한설의 입장이다.(혼인의 성립으로 약혼예물의 수수관계는 일단 완료되고, 처음부터 존재한 혼인의 성립상의 하자가 지속적 영향을 미쳐 혼인의 파국을 초래한 경우라 하더라도 일단 상당한 기간 유효한 혼인관계가 존속한 이상 약혼예물의 반환문제는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오직 혼인파탄에 따른 책임의 문제만이 남게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부정설, 필자註)
○ 약혼예물의 수수는 약혼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이 성립한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므로, 예물의 수령자측이 혼인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의 경우에 준하여 예물반환의무를 인정함이 상당하나,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부부관계가 성립하고 그 혼인이 상당 기간 지속된 이상 후일 혼인이 해소되어도 그 반환을 구할 수는 없으므로, 비록 혼인 파탄의 원인이 며느리에게 있더라도 혼인이 상당 기간 계속된 이상 약혼예물의 소유권은 며느리에게 있다.(96다5506)